본문 바로가기
2008.03.11 11:32

그닥

조회 수 6821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그닥

남녘에서 최근 널리 쓰이는 말로 ‘그닥’이 있다. 그닥은〈조선말대사전〉에서 ‘그다지의 말체’로 풀이되어 있다.

“하는수 없이 박홍덕은 바위틈에서 내려서서 그닥 높지 않은 목소리로 누구냐고 소리를 질렀다.”(장편소설 1932년)

〈조선말대사전〉에는 ‘말체’로 풀이된 올림말이 상당수 있다. 말체는 곧 ‘입으로 말하는 투’다. 다시 말해 글말투로 글을 쓸 때에는 ‘그다지’로 적고, 입말투로 글을 쓴다면 ‘그닥’으로 적는다는 말이다. 남녘 사전에는 ‘그닥’이 없는데, 그 이유는 ‘말체’ 낱말을 올리지 않고 ‘준말’인 낱말을 올리기 때문이다. 만약 ‘그닥’을 ‘준말’로 풀이하여 사전에 싣는다면, ‘글말투 문장에서 일반적으로 그닥을 쓰게 되었다’고 본 것이다.

‘그닥’은 어느 낱말의 준말일까? ‘그닥’은 북부와 중부 지역어에서 두루 확인되는 ‘그닥지’의 준말이다. 이제는 ‘그닥지’를 쓰지 않는데도 ‘그닥’이 남녘의 글에서 쓰이게 된 것은 인터넷 글쓰기의 영향이다. 그래서 ‘그닥’을 인터넷 유행어 정도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닥지’와 ‘그다지’는 20세기 전후에 같이 쓰이다가 표준어 정책으로 ‘그다지’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글학회〈큰사전〉이래로 남북 사전에서는 ‘그닥지’를 비표준어로 보고 있다. 그런데 ‘그닥’을 설명하려면 ‘그닥지’가 다시 필요하게 되었다. ‘그다지’와의 세력 싸움에서 진 뒤로 지역어에만 남아 있던 ‘그닥지’가 ‘그닥’을 내세워 중앙 진출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869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25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145
3212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963
3211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風文 2024.01.09 963
3210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964
3209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964
3208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966
3207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967
3206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968
3205 ‘이’와 ‘히’ 風文 2023.05.26 969
3204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969
3203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971
3202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973
3201 김 여사 風文 2023.05.31 973
3200 까치발 風文 2023.11.20 974
3199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976
3198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977
3197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978
3196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979
3195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980
3194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980
3193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986
3192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989
3191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9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