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0 12:36

사위질빵

조회 수 5560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사위질빵

풀꽃이름 중에 ‘며느리밥풀’이나 ‘며느리밑씻개’처럼 며느리가 들어간 이름은 제법 알려진 편이지만, ‘사위질빵’처럼 사위가 들어간 이름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사위질빵’은 여름에 시골담장에서 탐스런 하얀 꽃이 피는 덩굴식물이다. 그런데 다른 덩굴들은 보통 굵고 질긴데, 이는 무척 약하고 툭툭 잘 끊어지는 덩굴이다. 한자말로는 ‘여위’(女萎), 북녘말로는 ‘질빵풀’이다.

‘사위질빵’은 사위가 가을걷이 등 처갓집 일을 도울 때 사위에게만 유난히 조금씩만 짐을 실어 지게질을 하게 한 장인 장모에게,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이 약한 덩굴로 질빵(지게끈)을 만들어도 끊어지지 않겠다고 투정 반 농담 반 놀렸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사위를 아끼는 정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위질빵보다 꽃이 조금 더 큰 ‘할미질빵’도 있는데, 할머니가 멜 정도로 약한 덩굴이지만 사위질빵에 견줘 조금 더 굵고 질긴 것을 보면 논리적으로는 사위를 더 끔찍이 생각하는 것이 된다.

농사일을 할 때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는 속담과 비교해 보면 전통 사회에서 며느리와 사위 대접이 너무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함으로써 ‘가정의 달’ 완결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며느리의 날’ ‘사위의 날’도 상상을 해 본다. 남의 집 귀한 아들딸을 데리고 왔음을 다시금 깨닫는 일도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위질빵]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899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56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450
3212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929
3211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007
3210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021
3209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840
3208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風文 2022.06.28 788
3207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835
3206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956
3205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風文 2022.06.26 855
3204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050
3203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850
3202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930
3201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861
3200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844
3199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934
3198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風文 2022.06.18 863
3197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982
3196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946
3195 동무 생각, 마실 외교 風文 2022.06.14 845
3194 개념의 차이, 문화어 風文 2022.06.13 901
3193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968
3192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991
3191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7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