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눈
서울에서 고양이 보기는 쥐 보기보다 훨씬 쉽다. 며칠 전에도 그 복잡한 코엑스몰 사철나무 속에서 노란 눈을 빛내고 있는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들이 구경거리가 된 적이 있다. 도시에서 보는 고양이 눈이란! 캐츠(Cats)라는 뮤지컬도 과연 나올 만하다.
‘괭이눈’이라는 풀꽃은 고양이 눈처럼 생긴 샛노랗게 피는 꽃으로 말미암아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꽃이 진 다음 열매가 열고 두 갈래로 까만 씨방이 벌어진 모양이 고양이 눈처럼 보이기도 한다. 4월에서 6월 사이에 전국 곳곳의 숲속과 물가에 두루 나는 까닭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찾아볼 수 있다. 산속에서 보는 괭이눈은 더욱 더 맑고 선명해서 지친 도시인에게 힘을 주는 듯하다.
‘애기괭이눈/ 흰괭이눈/ 바위괭이눈/ 가지괭이눈/ 오대산괭이눈 …’과 같이 종류도 많다.
특이한 점은 꽃이 작아서 날벌레가 보지 못할까 봐 꽃과 잎이 붙어나고, 꽃이 필 때 옆의 잎까지 노랗게 변하는 독특한 생존법을 지녔다. 그래서 큰 꽃처럼 눈에 띄어 벌레를 불러들여서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나면 잎은 조금씩 벌어지고 다시 초록색으로 돌아간다. 보호색도 있지만, 위장색(?)도 있는 자연의 섭리가 놀라울 뿐이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라고 한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를 떠올리며, 일찍 더위를 몰고온 올해 봄이 고양의 눈에 미친 불길을 남겼는지 생각해 본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괭이눈]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790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4380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199302 |
3212 |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 風文 | 2023.06.30 | 939 |
3211 | 삼디가 어때서 | 風文 | 2022.02.01 | 940 |
3210 |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 風文 | 2022.09.24 | 942 |
3209 | 국가 사전을 다시?(2,3) | 주인장 | 2022.10.21 | 942 |
3208 |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 風文 | 2022.06.09 | 944 |
3207 |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 風文 | 2022.07.20 | 944 |
3206 |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 風文 | 2023.04.18 | 945 |
3205 | 난민과 탈북자 | 風文 | 2021.10.28 | 946 |
3204 | 아니오 / 아니요 | 風文 | 2023.10.08 | 949 |
3203 | 쌤, 일부러 틀린 말 | 風文 | 2022.07.01 | 950 |
3202 | ‘이’와 ‘히’ | 風文 | 2023.05.26 | 950 |
3201 | 저리다 / 절이다 | 風文 | 2023.11.15 | 950 |
3200 |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 風文 | 2022.07.07 | 951 |
3199 |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 風文 | 2022.07.14 | 951 |
3198 | 유신의 추억 | 風文 | 2021.11.15 | 952 |
3197 | 노랗다와 달다, 없다 | 風文 | 2022.07.29 | 953 |
3196 | '바치다'와 '받치다' | 風文 | 2023.01.04 | 955 |
3195 |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 風文 | 2024.03.27 | 955 |
3194 | 말로 하는 정치 | 風文 | 2022.01.21 | 956 |
3193 | “힘 빼”, 작은, 하찮은 | 風文 | 2022.10.26 | 957 |
3192 |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 風文 | 2022.07.22 | 960 |
3191 | 본정통(本町通) | 風文 | 2023.11.14 | 9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