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4 03:28

난친이 바위

조회 수 7173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난친이 바위

땅이름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뿐만 아니라 산이나 강·골짜기·바위 등의 이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이름 가운데는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말들이 다수 발견된다. 강원도 홍천군 동면 좌운리의 ‘난친이 바위’도 이런 이름 가운데 하나다. 이 바위는 마을 앞 산에 절벽처럼 서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에 난친이가 산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난친이’가 어떤 새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우리말 사전이나 동물도감에서도 이 새를 찾을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난친이’는 부엉이나 올빼미처럼 큰 새를 뜻하는 말로만 쓰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난친이는 낮에 활동하지 않고 밤에 활동한다고 믿는다. 그뿐만 아니라 난친이가 날면 마을에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난친이가 나는 모습을 보았다는 이는 없다.

그렇다면 ‘난친이’는 어떤 새일까? 사실 이 말은 ‘나친’ 또는 ‘라친’이라는 몽골어에서 온 말이다. <훈몽자회>에는 ‘나친 왈 아골(鴉?)’이라는 풀이가 나타나며, <역어유해>에서도 ‘아골(큰새)’을 ‘나친이’라고 적고 있다. 또한 이기문 교수는 이 단어의 기원을 토이기어 ‘라진’에서 찾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라진’, ‘나친’, ‘난친이’는 모두 ‘큰 새’를 뜻하는 몽골어 기원의 어휘로 고려시대 이후에 들어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수백 년 전에 생성된 이름이 오늘날까지도 쓰이는 건 땅이름이 강한 생명력을 지닌 까닭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317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968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4808
220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108
219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104
218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風文 2024.01.09 1104
217 ‘이’와 ‘히’ 風文 2023.05.26 1103
216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102
215 까치발 風文 2023.11.20 1100
214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096
213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1094
212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092
211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1092
210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1091
209 갑질 風文 2024.03.27 1089
208 김 여사 風文 2023.05.31 1087
207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1087
206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084
205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084
204 혼성어 風文 2022.05.18 1083
203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1081
202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081
201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081
200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1080
199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07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