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뚱딴지 같은 소리’라는 말은 일상에서 자주 쓰는 관용어다. 이때의 뚱딴지는 엉뚱하고 미련하고 뜬금없는 짓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본디 ‘뚱딴지’는 식물 ‘돼지감자’의 다른 이름이다. ‘뚱-’은 ‘뚱하다’나 ‘뚱뚱하다’의 말뿌리일 것이며, ‘-딴지’는 ‘장딴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불룩한’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곧, ‘뚱하면서도 울룩불룩한’ 모습을 나타내거나, ‘뚱뚱이(돼지)가 먹는 울룩불룩한’ 식물임을 나타낸 이름이다. 실제로 뚱딴지는 모양이 울퉁불퉁하여 매우 다양하고, 크기와 무게도 갖가지여서 사람이 먹기보다는 주로 돼지사료나 알코올 원료로 쓴다.
이 말은 처음에는 울퉁불퉁 못생기고 뚱한 사람을 비유해서 쓰였을 테지만, 그 뜻이 점점 세어져 지금은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느닷없거나 엉뚱한 사람을 가리킨다.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만화 주인공 ‘명탐정 뚱딴지’는 엉뚱한 짓을 곧잘 하지만 그 엉뚱함으로 사건을 풀어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기 절연체인 애자를 우리말로 순화했을 때 ‘뚱딴지’라고 했다는 점이다. 아마 전봇대에서 전기가 다른 물체로 통하지 않게 ‘엉뚱하게’ 끊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뚱딴지 꽃은 아주 예쁘다. 국화나 해바라기처럼 생겼으며, 한방에서는 뿌리를 국우(菊芋)라는 약재로 쓰는데, 열을 내리고 피를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북녘말로는 ‘뚝감자’라고 한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뚱딴지 꽃]
[돼지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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