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1 02:11

별내와 비달홀

조회 수 8650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별내와 비달홀

뜻이 같은 한자말과 토박이말이 합친 말이 많다. ‘역전앞’이나 ‘처가집’이 대표적인 경우다. 언어학자들은 같은 뜻을 합쳐 이룬 낱말은 말의 경제적인 차원에서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되므로 적절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역전’이나 ‘처가’로 써야 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자말과 토박이말의 합성어가 전혀 새로운 말을 만들어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족발’은 ‘족’(足)이나 ‘발’만으로는 뜻을 전할 수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비록 ‘족’과 ‘발’이 같은 뜻일지라도 두 말이 합치어 새로운 대상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옛말 가운데는 ‘별’과 ‘낭’이 그런 보기에 해당한다. 전남 승주군에 있었던 ‘별량(별애)부곡’이나 <삼국사기>에 보이는 ‘압록수 이북의 미수복 지역’ 땅이름인 ‘비달홀’(비탈골)에 들어 있는 ‘별애’와 ‘비탈’은 비스듬한 모양의 지형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우리 옛말에는 ‘별’과 ‘낭’은 비슷하지만 다른 뜻의 말이었다. <동국신속 삼강행실도>의 “ㅈ.식을 업고 낭의 떨어져 죽으니라”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낭’은 ‘절벽’을 뜻하며, <동동>의 “6월 보름에 별헤 ㅂ.룐 빗 다호라”에 나오는 ‘별’은 절벽보다는 덜 가파른 비스듬한 지역을 나타낸다. 이 두 말이 합쳐서 ‘벼랑’이라는 말이 된 것이다. 특히 ‘별’은 물을 뜻하는 ‘내’나 ‘고개’를 뜻하는 ‘재’와 어울려 땅이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깅기 남양주의 ‘별내’나 강원 통천의 ‘별재’는 이런 땅이름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67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416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9099
3278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842
3277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843
3276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843
3275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844
3274 개념의 차이, 문화어 風文 2022.06.13 846
3273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風文 2022.04.27 848
3272 왕의 화병 風文 2023.11.09 851
3271 김치 담그셨어요? 風文 2024.02.08 851
3270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852
3269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857
3268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858
3267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859
3266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861
3265 혼성어 風文 2022.05.18 863
3264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863
3263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864
3262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865
3261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866
3260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869
3259 야민정음 風文 2022.01.21 871
3258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風文 2022.08.28 875
3257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87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