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8 14:58

말꽃과 삶꽃

조회 수 6825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꽃과 삶꽃

‘말꽃’은 ‘문학’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토박이말이지만 예로부터 써 오던 것이 아니라 요즘 나타난 말이다. ‘문학’은 본디 ‘글의 학문’이라는 한자말이지만, 우리는 ‘글의 학문’이라는 뜻으로 ‘문학’을 쓰지 않는다. 놀이(희곡), 노래(시), 이야기(소설) 같은 것을 싸잡아 ‘문학’이라 부른다. 놀이·노래·이야기 같은 것은 ‘말의 예술’인데, ‘글의 학문’인 문학이라 불러도 좋은가? 말의 예술은 입말의 예술, 글말의 예술, 전자말의 예술을 모두 싸잡아야 하는데, ‘글말만’을 뜻하는 문학이라 해도 좋은가? 이런 두 가지 물음에 하나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이들 두 가지 물음을 거뜬히 풀어줄 마땅한 말을 찾아야 했고, 드디어 ‘말꽃’이 나타났다. ‘말로써 피워낸 꽃’이니 ‘말의 예술’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말꽃은 새말이지만 이미 이야기꽃, 웃음꽃 같이 정다운 말들이 형제처럼 곁에 있어서 외롭지 않다.

‘삶꽃’은 요즘 새로 ‘예술’을 뜻하는 토박이말로 나타났다. ‘예술’ 역시 한자말인데 두 한자를 아무리 뜯어보아도 우리가 뜻으로 담아서 주고받는 바를 찾을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만들고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그게 무슨 뜻을 지닌 낱말인지 알지 못하고 쓴다. 예술이라는 낱말에 담아서 주고받는 뜻은 ‘온갖 사람이 갖가지 삶에서 겪고 맛보고 느끼는 바를 아름답게 드러내는 노릇’이다. 이런 뜻을 간추리면 ‘삶으로 피워낸 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삶꽃’이면 아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39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74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874
330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946
3299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風文 2024.01.04 946
3298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風文 2022.06.18 949
3297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949
3296 북한의 ‘한글날’ 風文 2024.01.06 949
3295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950
3294 아줌마들 風文 2022.01.30 951
3293 금수저 흙수저 風文 2024.02.08 951
3292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955
3291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955
3290 사저와 자택 風文 2022.01.30 958
3289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958
3288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959
3287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960
3286 언어의 혁신 風文 2021.10.14 961
3285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961
3284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963
3283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963
3282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966
3281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966
3280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968
3279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96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