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수많은 풀꽃 이름 중에서도 운치 있는 이름을 대자면 ‘달맞이꽃’이 으뜸일 성싶다. 그 이름만 들어도 달빛이 밝게 흐르는 강변에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며 서 있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볼 수 있다.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여름밤 달 뜨는 시간에 달빛으로 노랗게 피었다가 날이 밝으면 살짝 붉어지면서 시드는데, 이에 담긴 꽃말도 ‘기다림, 말 없는 사랑’이다. 그 애절함으로 말미암아 아마도 우리 노래나 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풀꽃 이름이 아닐까 싶다.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으로 보면 토박이 식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로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100년이 채 안 된다고 한다. 특히 광복 이후 많이 퍼져서 ‘해방초’(解放草)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런데도 한방에서는 뿌리를 ‘월견초’(月見草)라고 하여 감기와 기침에, 씨앗을 ‘월견자’라고 하여 피부병과 고지혈증에 약재로 쓴다.
달맞이꽃을 영어로는 ‘해 지는 꽃’(sundrop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풀꽃 이름에서도 우리 겨레는 달을 기준으로 음력으로, 서양은 해를 기준으로 양력으로 살아온 것이 드러나는 듯하다. 사물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세계관과 사는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 인생을 포괄하는 섭리는 도종환의 시(아무도 없는 별)에서 노래하듯이 “달맞이꽃이 피지 않는 별에선/ 해바라기도 함께 피어나지 않고 …”처럼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지 않을까.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4059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7011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2089 |
154 | 위드 코로나, 아이에이이에이 | 風文 | 2022.10.05 | 1630 |
153 |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 風文 | 2022.10.06 | 746 |
152 |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 風文 | 2022.10.07 | 825 |
151 | 풀어쓰기, 오촌 아재 | 風文 | 2022.10.08 | 969 |
150 |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 風文 | 2022.10.09 | 690 |
149 | 인과와 편향, 같잖다 | 風文 | 2022.10.10 | 857 |
148 | 안녕히, ‘~고 말했다’ | 風文 | 2022.10.11 | 835 |
147 |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 風文 | 2022.10.12 | 1134 |
146 | 정치와 은유(2, 3) | 風文 | 2022.10.13 | 1009 |
145 |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 風文 | 2022.10.15 | 1056 |
144 |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 風文 | 2022.10.17 | 976 |
143 | 납작하다, 국가 사전을 다시? | 주인장 | 2022.10.20 | 1281 |
142 | 국가 사전을 다시?(2,3) | 주인장 | 2022.10.21 | 991 |
141 | 이름 짓기, ‘쌔우다’ | 風文 | 2022.10.24 | 1061 |
140 | ‘시끄러워!’, 직연 | 風文 | 2022.10.25 | 1114 |
139 | “힘 빼”, 작은, 하찮은 | 風文 | 2022.10.26 | 1024 |
138 | 환멸은 나의 힘 / 영어는 멋있다? | 風文 | 2022.10.28 | 1173 |
137 |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 風文 | 2022.11.09 | 1011 |
136 | 독불장군, 만인의 ‘씨’ | 風文 | 2022.11.10 | 1249 |
135 |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 風文 | 2022.11.18 | 1081 |
134 | 열쇳말, 다섯 살까지 | 風文 | 2022.11.22 | 1232 |
133 | ‘평어’를 쓰기로 함, 심심하다 | 風文 | 2022.11.23 | 14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