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9 11:16

며느리밥풀

조회 수 5815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며느리밥풀

오래 전에 이현세 만화〈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를 보았을 때, 그런 이름이 정말 있나 싶어서 찾아봤다. 그리고 빨간 꽃잎 위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하얀 밥풀무늬를 보고 적이 놀랐다.

풀꽃이름 중에는 누가 죽어서 그 자리에 난 것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많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마음씨 착한 며느리가 제사상에 올릴 메를 짓다가 쌀알 두 톨을 떨어뜨렸다. 흙이 묻은 쌀알로 메를 지으면 불경스러울 것 같고, 그렇다고 쌀을 버리기에는 죄스러워하다 혀에 올려놓는 순간 시어머니가 이를 보고 제사에 올릴 메쌀을 먼저 입에 댔다고 호되게 꾸짖었다. 며느리는 뒷동산 소나무 가지에 목을 맸는데, 그 혀 위에 쌀알 두 톨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고 한다. 빼어문 혀와 밥풀이 연상되는 꽃을 보고 왜 가장 먼저 며느리를 떠올렸을까?

전통 사회에서 며느리가 과연 어떤 존재였는지를 드러내는 흔히 보이는 보기로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배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며느리밑씻개’는 잎과 줄기에 잔가시가 있어 따끔따끔한 들풀인데, 별로 필요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우니 며느리 밑씻개로나 쓰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며느리배꼽’은 턱잎과 열매가 어우러진 모양이 배꼽처럼 생겼는데, 아들이나 딸 배꼽은 귀엽게 느껴지지만, 며느리 배꼽은 민망하고 하찮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담겼을 터이다.

풀이름 하나에도 옛 어른들의 삶과 얼이 배어 있음을 강조하지만, 사람 차별이 스민 이런 전통은 짚고 넘어가야 할 성싶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14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70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608
3322 ~라고 / ~고 바람의종 2012.01.24 13623
3321 ~라고 믿다 바람의종 2010.04.27 10796
3320 ~려, ~러 바람의종 2009.09.21 9666
3319 ~로부터 바람의종 2008.11.21 6599
3318 ~마라 / ~말라 바람의종 2009.02.02 9518
3317 ~부터 시작 바람의종 2008.10.26 6500
3316 ~상(上) 줄여쓰기 바람의종 2009.09.21 8493
3315 ~섰거라 바람의종 2010.04.27 10505
3314 ~없다 바람의종 2010.07.26 11262
3313 ~에 대한 바람의종 2008.03.11 7177
3312 ~에 대해, ~에 관해 바람의종 2009.03.26 10677
3311 ~에 의해 바람의종 2009.03.14 6816
3310 ~에 있어서 바람의종 2009.02.10 6746
3309 ~에, ~에게, ~한테, ~더러 바람의종 2008.10.01 7916
3308 ~에게, ~와 바람의종 2010.05.28 8033
3307 ~으로 / ~을 알고 있다 바람의종 2010.01.09 9705
3306 ~의, ~와의 바람의종 2009.02.18 7317
3305 ~이라야, ~이래야 바람의종 2010.04.13 8092
3304 ~중이다 바람의종 2010.03.17 11103
3303 ~하는 듯 하다 / ~하는 듯하다 / ~하는듯하다 바람의종 2010.10.14 16538
3302 ~하므로 ~함으로 바람의종 2008.07.17 8778
3301 ‘-다랗다’ 바람의종 2010.07.19 957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