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9 11:14

말과 글

조회 수 3990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과 글

‘말’과 ‘글’을 뜻이 아주 다른 낱말로 보아 ‘말글’이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으며, ‘말’은 글을 낳았고 글을 싸잡는 것이기에 이들 둘은 서로 다른 낱말이 아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다. 마음을 담으려면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조물주가 내려준 그릇이 목소리다. 목소리에다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 본디 ‘말’이었다. 목소리는 하늘이 내려주어서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그릇이지만 곧장 사라져서 눈앞에 있는 사람밖에는 주고받을 수가 없다.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 그릇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글자’를 만들어 눈앞에 없는 사람과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글자의 그릇에 마음을 담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주고받는 말, 이게 곧 ‘글’이다. 이래서 이제 목소리의 말을 ‘입말’이라 하고, 글자의 말을 ‘글말’이라 한다.

글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눈앞에 없는 사람과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으나 살아 숨쉬는 느낌을 지닌 목소리를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사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오늘에 와서 시간과 공간에 아랑곳도 없고, 살아 숨쉬는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게다가 눈앞에 보듯이 모습까지 담아서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전자’다. 전신·전화·영화·방송을 거쳐 인터넷에 이르는 ‘전자 그릇’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전자말’이 나타났다. 말이 세 가지로 벌어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42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98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857
3322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091
3321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171
3320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844
3319 “김” 風文 2023.03.06 1280
3318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903
3317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910
3316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079
3315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203
3314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934
3313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377
3312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098
3311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995
331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959
3309 ○○노조 風文 2022.12.26 960
3308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006
3307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505
3306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1558
3305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053
3304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097
3303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287
3302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907
3301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2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