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5 05:01

쇠뜨기

조회 수 703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쇠뜨기

어렸을 적 시골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것에 ‘쇠뜨기’라는 풀이 있었다. 뿌리가 너무 깊어 계속 뽑다 보니 새벽닭이 울더라고 농담을 하는 이도, 소꿉놀이 할 때 사금파리에 모래로 밥하고 쇠뜨기를 반찬 삼았다는 이도 있다.‘뱀밥’이라고도 한다. 특히 햇빛이 잘 드는 풀밭이나 둑에서 잘 자라는데, 그런 곳에서 소가 주로 뜯어먹기에 ‘쇠뜨기’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과식은 금물로, 아무리 쇠뜨기라지만 소도 쇠뜨기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데, 이는 쇠뜨기에 센 이뇨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쇠뜨기의 영어이름이 ‘말꼬리’(horsetail)인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풀이름 하나가 문화를 이렇게 잘 반영할 수가! 우리나라 들판에는 소가 있고, 서양 들판에는 말이 많구나. 그래서 들판에 자라는 같은 풀을 두고서도 한쪽은 ‘소’를, 서양 쪽에서는 ‘말’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인 것 아닌가. 한자말에도 말풀, 곧 ‘마초’(馬草)가 있긴 하나, 실제 영어 쪽에 말과 관련된 말이 많다.

이는 바로 ‘농경’(또는 牛耕) 문화와 ‘유목’ 문화를 대비하기도 한다. 우리 겨레는 본디 유목민이었다고 하나, 원시시대에 유목민 아니었던 겨레가 어디 있으랴. 다만 우리는 일찍 터 잡아 소로 논밭 갈아 농사를 지은 까닭에 소와 관련된 말이 많아진 듯하다. 심지어 소에서 나오는 온갖 부산물도 버리지 않는다. 소와 관련된 나무도 있지만 풀이름으로 소귀나물, 쇠무릎지기, 쇠치기풀 …들이 있다.

임소영/한성대 한국어교육원·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53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06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964
3322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091
3321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174
3320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854
3319 “김” 風文 2023.03.06 1285
3318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903
3317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913
3316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079
3315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203
3314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934
3313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377
3312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098
3311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001
331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959
3309 ○○노조 風文 2022.12.26 962
3308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006
3307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513
3306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1559
3305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058
3304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097
3303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287
3302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908
3301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27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