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5 05:00

그치다와 마치다

조회 수 7243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그치다와 마치다

‘그치다’나 ‘마치다’나 모두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어져 오던 것이므로 시간의 흐름에 얽혔고, 사람의 일이거나 자연의 움직임에 두루 걸쳐 있다. 그러나 이들 두 낱말은 서로 넘나들 수 없는 저마다의 뜻을 지니고 있으니, 서로 넘나들 수 없게 하는 잣대는 과녁이다.

과녁을 세워놓고 이어지던 무엇이 과녁을 맞춰서 이어지지 않으면 ‘마치다’를 쓴다. 과녁 없이 저절로 이어지던 무엇은 언제나 이어지기를 멈출 수 있고, 이럴 적에는 ‘그치다’를 쓴다. 자연은 엄청난 일을 쉬지 않고 이루지만 과녁 같은 것은 세우지 않으므로 자연의 모든 일과 흐름에는 ‘그치다’는 있어도 ‘마치다’는 없다. 비도 그치고 바람도 그치고 태풍도 그치고 지진도 그친다. 과녁을 세워놓고 이어지는 무엇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나, 사람 일이라고 모두 과녁을 세우는 건 아니다. 그래서 사람의 일이나 움직임에는 ‘그치다’도 있고 ‘마치다’도 있다. 울던 울음을, 웃던 웃음도, 하던 싸움도 그치지만, 학교 수업을, 군대 복무도 마치고, 가을걷이를 다하면 한 해 농사도 마친다.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끝나다’와 ‘끝내다’도 쓴다. 물론 저절로 이어지지 않으면 ‘끝나다’고, 사람이 마음을 먹고 이어지지 않도록 하면 ‘끝내다’다. 이들 두 낱말은 과녁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뜻을 지니고 마음을 먹었느냐 아니냐를 가려서 쓰는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00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56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450
132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269
131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891
130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274
129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093
128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041
127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1549
126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489
125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999
124 ○○노조 風文 2022.12.26 952
123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950
122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991
121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088
120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375
119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927
118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198
117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054
116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895
115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897
114 “김” 風文 2023.03.06 1262
113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807
112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153
111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0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