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29 01:20

다르다와 틀리다

조회 수 7012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다르다와 틀리다

사뭇 다른 말인데 요즘 너나없이 헷갈려 쓴다. 이는 국어사전 탓이 아니다. 사전들은 헷갈리게 풀이하지 않았다. 이것을 헷갈리도록 한 것은 내것을 팽개치고 남것만 좇아서 살아온 우리네 삶이지만, 국어교육 탓도 들추지 않을 수 없다. 국어교육이 줄곧 우리말의 노른자위인 토박이말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엉뚱한 일에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다르다’는 드러나는 모습을 서로 견주어 풀이하는 그림씨 낱말이고, ‘틀리다’는 해놓은 일을 과녁에 맞추어 가늠하는 움직씨 낱말이다. “한 가지에서도 아롱이 조롱이가 열린다더니 같은 부모한테 난 언니 아우가 어찌 저리 다를까?” “아니, 어제 내가 다시 해놓은 계산에서도 틀린 데가 있었습니까?” 보다시피 ‘다르다’는 언니와 아우의 모습을 서로 견주면서 쓰고, ‘틀리다’는 해놓은 셈을 사실이라는 과녁에 맞추면서 썼다.

두 낱말이 헷갈리는 데는 까닭이 있다. 둘 다 견주기를 하기 때문이다. ‘다르다’도 견주기를 해서 나타나고, ‘틀리다’도 견주기를 해서 가려낸다. 그러나 ‘다르다’는 두 가지를 서로 견주어 나타나고, ‘틀리다’는 과녁이나 잣대와 견주어 드러난다. 아무런 잣대도 없이 두 가지를 나란히 견주면 ‘다르다’와 ‘같다’로 갈라지고, 어떤 과녁이나 잣대를 세워놓고 거기에 견주면 ‘틀리다’와 ‘맞다’로 가려진다. 이런 뜻가림을 내버리고 요즘은 덮어놓고 ‘틀리다’고만 한다. 그만큼 마음은 무뎌지고 삶도 거칠어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31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66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770
88 온나인? 올라인? 風文 2024.03.26 891
8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890
86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889
85 ‘~스런’ 風文 2023.12.29 889
84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888
83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888
82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888
81 상석 風文 2023.12.05 888
80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885
79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883
78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883
77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882
76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風文 2024.02.17 881
75 배레나룻 風文 2024.02.18 881
74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878
73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877
72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877
71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875
7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874
69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873
68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872
67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8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