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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말 지킴이 스쥔광

지난주에 이어 사라져가는 자기 말을 지키는 젊은이를 소개한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와는 사뭇 다르게 지극한 모어 사랑이 만나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스쥔광은 나이 스물여덟인 만주족 젊은이다. 잘 알다시피 중국 헤이룽장성 싼자쓰촌에 사는 스물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만주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너무나도 안타까이 여겨 만주말을 따로 배운 청년이 바로 스쥔광이다. 젊은세대에서 유일하게 만주말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현실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배운 만주말을 초등학교 어린이를 비롯하여, 마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기를 바란다. 교육을 통해 만주말이 오래 남아 쓰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어렵다. 예산이 없어 학교 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 그리고 다른 젊은이들의 호응도 없다. 중국말로 의사소통이 다 되는 터에 따로 만주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쥔광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만주말이라는 큰 풍선이 있었습니다. 묶었던 끈이 풀리자 바람이 스르르 빠져 나왔습니다. 이제는 공기가 거의 남지 않은, 완전히 쭈그러진 풍선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바람을 넣어 주면 그 풍선이 둥글둥글 커질 텐데. 그러나 아무도 바람을 불어넣지 않습니다. 저 혼자라도 힘겹게 바람을 불어넣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커지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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