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8 06:29

도우미

조회 수 8069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도우미

2년 전쯤이다. 인기가 높은 한 방송극에서 여주인공이 ‘헬퍼’라는 직업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도우미’라는 우리말이 ‘헬퍼’에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다. 극작가로서는 외래어가 더 세련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가사) 도우미’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하필 보편화되지도 않은 ‘(리빙) 헬퍼’라는 말을 썼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했다. 드라마 영향만은 아니겠지만 결국 ‘헬퍼’라는 말은 ‘가정부, (가사) 도우미’ 등으로 불리던 직업의 또다른 말로 자리를 잡고 말았다.

우리말보다 외래어가 더 세련된 표현이라는 막연한 인식 탓에 외래어 새말이 우리말을 밀어내는 사례가 많다. 백화점에 ‘목도리 매장’은 없고 ‘머플러 코너’가 있다. 회의를 할 때 명단과 일정을 점검하기도 하지만 ‘미팅을 세팅할 때 리스트와 스케줄을 체크’하기도 한다.

외래어 새말이 큰 세력을 얻지 못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라이프가드’(life guard)보다는 ‘안전 요원’이 훨씬 많이 쓰이고, ‘데빗카드’(debit card)보다는 ‘직불카드’가 익숙하다. 이렇게 새로 들어온 외래어보다 우리말이 쉽고 간단할 때는 호락호락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다. 이미 쓰던 말이 있는데 비슷한 의미의 새말이 생기면 기존의 말과 경쟁 관계에 놓인다. ‘베이비시터’, ‘실버시터’와 자리를 다투는 ‘아이 돌보미, 경로도우미’ 등의 새말들이 널리 자리잡기 바란다. 말은 가려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따른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53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86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3060
88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905
87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902
86 ‘~스런’ 風文 2023.12.29 901
85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900
84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897
83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897
82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896
81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895
80 온나인? 올라인? 風文 2024.03.26 895
7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894
78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894
77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892
76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890
75 배레나룻 風文 2024.02.18 889
7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887
73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風文 2024.02.17 887
7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884
71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883
70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881
69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879
68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878
67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8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