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8 06:29

도우미

조회 수 8054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도우미

2년 전쯤이다. 인기가 높은 한 방송극에서 여주인공이 ‘헬퍼’라는 직업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도우미’라는 우리말이 ‘헬퍼’에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다. 극작가로서는 외래어가 더 세련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가사) 도우미’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하필 보편화되지도 않은 ‘(리빙) 헬퍼’라는 말을 썼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했다. 드라마 영향만은 아니겠지만 결국 ‘헬퍼’라는 말은 ‘가정부, (가사) 도우미’ 등으로 불리던 직업의 또다른 말로 자리를 잡고 말았다.

우리말보다 외래어가 더 세련된 표현이라는 막연한 인식 탓에 외래어 새말이 우리말을 밀어내는 사례가 많다. 백화점에 ‘목도리 매장’은 없고 ‘머플러 코너’가 있다. 회의를 할 때 명단과 일정을 점검하기도 하지만 ‘미팅을 세팅할 때 리스트와 스케줄을 체크’하기도 한다.

외래어 새말이 큰 세력을 얻지 못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라이프가드’(life guard)보다는 ‘안전 요원’이 훨씬 많이 쓰이고, ‘데빗카드’(debit card)보다는 ‘직불카드’가 익숙하다. 이렇게 새로 들어온 외래어보다 우리말이 쉽고 간단할 때는 호락호락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다. 이미 쓰던 말이 있는데 비슷한 의미의 새말이 생기면 기존의 말과 경쟁 관계에 놓인다. ‘베이비시터’, ‘실버시터’와 자리를 다투는 ‘아이 돌보미, 경로도우미’ 등의 새말들이 널리 자리잡기 바란다. 말은 가려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따른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34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70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810
88 ‘-데’와 ‘-대’, 정확한 표현 風文 2023.06.17 1327
87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1036
86 우리나라 風文 2023.06.21 1256
85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143
84 존맛 風文 2023.06.28 1291
83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021
82 ‘쫓다’와 ‘쫒다’ 風文 2023.07.01 1694
81 참고와 참조 風文 2023.07.09 1310
80 '붓'의 어원 風文 2023.08.18 1344
79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113
78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206
77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052
76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934
75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058
74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950
73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205
72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158
71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229
70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802
69 왕의 화병 風文 2023.11.09 963
68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756
67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82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