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5 03:05

옮김과 뒤침

조회 수 7964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옮김과 뒤침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요즘 흔히 ‘옮김’이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언해’ 또는 ‘번역’이라 했다. 아직도 ‘번역’ 또는 ‘역’이라 적는 사람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본뜨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해’든 ‘번역’이든 ‘역’이든 이것들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지만 ‘옮김’은 우리말이라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옮김’은 무엇을 있는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자리바꿈하는 것이다. 거기서 ‘발걸음을 옮기다’, ‘직장을 옮기다’, ‘말을 옮기다’, ‘모종을 옮기다’, ‘눈길을 옮기다’, ‘실천에 옮기다’ 같은 데로 뜻이 넓혀지지만 언제나 무엇을 ‘있는 그대로’ 자리바꿈하는 뜻으로만 써야 한다.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을 우리는 ‘뒤침’이라 했다. 글말로는 ‘언해·번역’이라 썼지만 입말로는 ‘뒤침’이었다고 본다. ‘뒤치다’를 국어사전에는 “자빠진 것을 엎어놓거나, 엎어진 것을 젖혀놓다” 했으나 그것은 본디 뜻이고, 그런 본디 뜻에서 “하나의 말을 또 다른 말로 바꾸어놓는 것”으로 넓혀졌다. 어릴 적에 나는 서당 선생님이 “어디 한 번 읽어 봐” 하시고, 또 “그럼 어디 뒤쳐 봐” 하시는 말씀을 늘 들었다. ‘뒤쳐 보라’는 말씀은 가끔 ‘새겨 보라’고도 하셨는데, ‘새기라’는 말씀은 속살을 알아들을 만하게 풀이하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뒤치라’는 것과 조금은 뜻이 달랐다. 어린 시절 나는 ‘읽다’와 더불어 ‘뒤치다’, ‘새기다’, ‘풀이하다’ 같은 낱말을 서로 다른 뜻으로 쓰면서 자랐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58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15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065
3388 '매우''아주''몹시' 바람의종 2008.05.01 7692
3387 '명문'이라는 이름 / 가족의 의미 風文 2020.07.16 2362
3386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701
3385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001
3384 '밖에'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7.16 10892
3383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979
3382 '받다'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18 25397
3381 '붓'의 어원 風文 2023.08.18 1254
3380 '사과'의 참뜻 / 사람의 짓 風文 2020.07.14 1920
3379 '상(上)' 띄어쓰기 바람의종 2012.06.13 10134
3378 '숫'을 쓰는 동물 바람의종 2012.09.25 9953
3377 '식해(食)'와 '식혜(食醯)' 바람의종 2009.02.22 7501
3376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바람의종 2008.04.22 9737
3375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上) 바람의종 2008.06.21 6771
3374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下) 바람의종 2008.06.23 5901
3373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中) 바람의종 2008.06.22 5415
3372 '연륙교'의 발음은? 바람의종 2012.01.06 10673
3371 '우레'가 운다 바람의종 2008.05.25 7763
3370 '이' '히' 거참 헷갈리네 바람의종 2008.07.03 6985
3369 '이/가' '을/를' 바람의종 2009.03.27 5492
3368 '자처'와 '자청' 바람의종 2011.05.01 9053
3367 '작'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10.01 1048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