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1.09 01:40

싸우다와 다투다

조회 수 6743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싸우다와 다투다

국어사전은 ‘싸우다’를 물으면 ‘다투다’라 하고, ‘다투다’를 찾으면 ‘싸우다’라 한다. 이들과 비슷한 ‘겨루다’도 있는데 그것도 ‘다투다’라고 한다. 참으로 국어사전대로 ‘싸우다’와 ‘다투다’가 서로 같고, ‘겨루다’는 ‘다투다’와 같다면 셋은 모두 같은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 낱말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생겨나서 오늘까지 쓰이고 있겠는가? 본디 다른 뜻을 지니고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서로 달리 쓰였으나, 걷잡을 수 없는 세상 소용돌이를 살아오느라고 우리가 본디 뜻을 잊어버리고 헷갈리는 것일 뿐이다.

‘겨루다’는 일정한 가늠과 잣대를 세워놓고 힘과 슬기를 다하여 서로 이기려고 갋으며 맞서는 노릇이다. 맞서는 두 쪽이 혼자씩일 수도 있고 여럿씩일 수도 있지만 가늠과 잣대는 두 쪽을 저울같이 지켜준다. 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바르고 반듯한 처지를 만들어주고 오직 힘과 슬기에 따라서만 이기고 지는 판가름이 나도록 하는 노릇이다. 놀이와 놀음의 바탕은 본디 겨루기에 있고, 그것을 가장 두드러지게 내세우는 것이 이른바 운동경기다.

‘싸우다’와 ‘다투다’는 둘 다 공평하도록 지켜주는 가늠과 잣대란 본디 없고 어떻게든 서로 이기려고만 하면서 맞서는 노릇이다. 그런데 ‘다투다’는 목숨을 걸지도 않고 몸을 다치게 하지도 않아서 거의 삿대질이나 말로써만 맞선다. ‘싸우다’는 다투는 것을 싸잡고 몸을 다치게도 할 뿐 아니라 마침내 목숨마저 떼어놓고 맞서는 이른바 전쟁까지도 싸잡는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16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73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735
66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1125
65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908
64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056
63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099
62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042
61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916
60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024
59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1074
58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1011
57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847
56 쓰봉 風文 2023.11.16 880
55 까치발 風文 2023.11.20 1031
54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006
53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1044
52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907
51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842
50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997
49 내색 風文 2023.11.24 808
48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163
47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976
46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1085
45 흰 백일홍? 風文 2023.11.27 12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